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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면-박하] 자연을 오롯이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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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8-01
오늘도 4시 반에 일어나, 채비를 하고 5시에 집을 나선다.
농사를 하기 전과 하고 난 후의 가장 큰 차이점을 든다면, 아마 날씨에 대한 민감도가 몇배는 높아진 것이라 할 수 있겠다. 비 예보가 있으면 기껏해야 우산을 챙기는 정도 였던 나는 이제는 시간당 강수량과 풍속, 습도, 온도 등 빠지지 않고 습관적으로 하루에도 몇 번씩 확인한다.
어떻게 보면 농사는 메뉴얼대로 하면 되는 것이라, 왜 농민들이 그렇게 부지런히 일하고도 망하고, 농사에 애를 먹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보다 더 멀리서보면 그냥 농사는 쉽게 다 잘 짓고 있는 줄 알았던 때도 있다. 예를 들면 “감자는 그냥 심어만 놓으면 된다.” 라던지, “마늘은 벌레 안먹고 친환경으로 내비둬도 그냥 잘자란다.” 라던지 라는 말을 쉽게 믿었다.
하지만 실제로 해보면 감자를 심을 타이밍도, 마늘을 심을 타이밍도 1,2번 밖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책에서는 마늘은 9월 중순에 심으면 된다고 하지만, 비가 조금이라도 많이 오면 기계가 들어가지 못해 로터리를 못치는 일이 태반이다.
약을 주는 것도 풍속, 강수, 이슬, 속도, 배합비, 시간 등 따라 크게 영향을 받는다. 이런 하나하나의 작은 일과들의 성과가 누적되어 최종 결과가 나오지만 생육과정 동안 이런것들이 수월했다면 농산물 가격을 떨어진다. 그리고 농사가 잘 안되어 생산량이 줄어든다면 생활가격안정을 위해 정부에서는 마늘을 대량 수입한다.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다.
어쩌면 자연을 오롯이 느낀다 라는 표현은 틀린 말일 수도 있겠다. 자연에 예민해진다.라는 표현이 조금 더 적절하려나…
해를 보니 이제 퇴근시간이다. 10시 칼퇴를 꿈꾼다.
요즘엔 일하지 말라고 나라에서 문자도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