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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현면-박하]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병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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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6-01
생각해 보면 귀촌하기 전 29살의 나는, 29년 동안 나를 돌보지 않았다. 그런 이유로 공허하지만 찬란한 서울 강남에서 천천히 그러나 분명히 병들고 있었다. 내가 원하는 것은 외면하고 그냥 하루 하루 주어진 일과를 버겁게 소화하며 살아지는대로 살았다. 그래도 어느정도 살아가고 있었다. 29살의 나는 내가 원하는 것을 나도 몰랐다. 곧 귀촌한지 10년이 다되어가는구나.. 시골에 귀촌하면 촌스럽고 힙한 러스틱라이프(Rustic life)가 펼쳐질줄 알았다. 가끔 우리집을 펜션처럼 생각하고 놀러오는 서울 사람들은 도시에서는 느낄 수 없는 풍경에 감탄했고, 나중에 이렇게 사는게 꿈이라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렇게 사는 것은 생각하지 않았다. 지금도 맞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하나는 확실하다. 최소한 주기적으로 그것들을 생각해보고, 다듬어가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시골에서는 그런 시간적 공간적 환경이 충분히 주어진다. 그리고 이제는 일상에서, 지속가능할 수 있는 이유를 발견하는 것에 큰 가치를 느낀다. 이것을 서울에서도 알았다면 귀촌을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겐 당연한 것을 나는 너무 멀리 돌아 찾았다. 요즘은 밭일 하다가 농막에서 잠깐 누워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을 느낀다. |